일단,

아래 영상을 플레이한다.

그리고 읽는다.



지난 주였다.

대전에 갔다가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밥 먹으로 술 한잔 했다.

하지만 총각인 나와는 달리 그 친구는 이미 부인이 둘 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여서 긴 만남을 갖지 못하고 그냥 서로의 안부를 물을 정도의 짧은 식사시간을 한 후 혜어졌다.


술이 덜 들어간 허전함 때문인지.

아니면

난 아직도 결혼도 못하고, 연애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에 대한 허탈함 때문인지.

발길은 쉽게 집을 향하지 못했고 동네에 있는 작은 바에 들어가서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23시10분.

내가 좋아하는 하이네켄을 세 병째 마시고,

네 병째를 시키면서 주위를 둘러보니 손님은 셋.

나, 그리고 어려보이는 커플.


바텐더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나와는 달리

테이블에 서로 마주보고 자리잡은 커플은 어두컴컴한 실내에서도 환한 빛을 내뿜을 정도로 애틋해보였다.


"오빠, 뭐 달달한 노래 들을만한거 없어요?"

바텐더가 묻는다.

"어, MLTR꺼.. Out of the blue.."


평소에도 잘 들었던거라 생각할새도 없이 가수와 제목을 이야기했고 바텐더는 바로 음악을 틀었다.


평소에도 잘 들었던거라 생각할새도 없이 가수와 제목을 이야기했고


I was almost about to lose my faith.............


작은 소리로 속삭이는 커플의 대화 외에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가사와 음악으로 실내가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역시 명곡이다.

엄청 달달하다.

자연스레 따라 부르게 된다.


그렇게 음악을 듣고, 맥주를 마시고..

시간이 흐르고 나도 모르게 바텐더를 불렀다.


"나 신청곡"

"???"

"시크릿, 온리유"

"알았어요"


차에서 운전하면서 듣기 위해 댄스음악들을 다운 받았었다.

요즘 아이돌 노래들이 대부분 댄스음악이기에 시크릿의 노래를 몇 곡 다운받았다.

근데 조용한 차 안에서 처음 듣는 달달한 노래가 귀에 감겼다.

그게 시크릿의 온리유.


노래가 끝나고 한 번 더... 라고 말했을 그 때

갑자기 입이 귀에 걸린 한 남자가 바텐더에게 다가갔다.


"이 노래 제목이 뭐예요?"

".......?"

"+_+"

"시크릿이 부른 온리유..."

"감사합니다!"


잠시 후 바텐더와 나, 그리고 그 커플은 모두 한 곳에 모여 앉았다.

얘기를 하다보니 그 남자 나름 여자친구에게 500일 기념 프로포즈를 했단다.

그리고 준비한 편지를 읽어주는 그 때 배경음악으로 깔린게 시크릿의 온리유였다는거다.

읽어보지 않아도 뻔히 오그라들 내용의 편지와 함께 이 노래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었다며 수줍게 여자가 웃는다.


근데 이 노래 가사의 전체적인 내용은..

헤어진 후 연인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프로포즈 상황과는 맞지 않는 노래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뒤늦게 알고, 잘못을 알고, 후회를 하고, 그리워하고, 오직 당신뿐이었다는 그 마음은 이 커플에게는 특별한 감동으로 느겨졌을지도.


참 멋지고 예쁜 한 쌍이었다.

그들의 사랑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에 우연치않게 내가 신청한 노래가 하나의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분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

부...

아니다.

난 지는게 싫다.

부러우면 지는거랬다.


무튼, 

요즘 일베 논란으로 안타깝게 되버린 시크릿이다.

하지만 그들이 불렀단 이유만으로 좋은 노래까지 쓰레기 취급을 받는건 싫다.

그래서 모두 같이 듣고싶다.




시크릿 - Only U


무서운 영화도 못 보던 내가

이제는 집 앞 골목길을 혼자 걸어가

흐릿하게 켜진 가로등 빛이 내 눈가를 적셔

내 맘같이 아무것도 보이지를 않는데


"사랑해, 보고싶어"


목소리만 귓가에 맴돌아

매일같이 익숙해진 나


"뭐해? 밥 먹었어?"


이런 흔한 말들도 아무도 묻지를 않고

너니까 내 모든게 궁금했나봐

이제야 내 마음에 들어왔나봐

그 때는 몰랐어 이게 사랑인걸

내 이름만 들어도 행복해하던 

내 숨소리에도 울고 웃던 널


"절대 못잊어, 절대 안잊어"


Only U~ Only U~

곁에 있을 땐 알 수 없던 그 말

그 땐 왜 몰랐을까 난 왜 몰랐을까

이렇게 아파하는데


Only U~ Only U~

항상 따스하게 바라봐줜

너이 미소, 너의 모습

두 번 다시 볼 수 없지만

I'm Still Missing U


당연하게 느끼는 산소처럼

니가 곁에 있는 것도 난 몰랐나봐

내가 미쳤나봐

정말 바본가봐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자꾸 입안에서 맴도는 그 말

이미 늦은 걸 알아, 너 없단 걸 알아

이렇게 후회하고 있어


Only U~ Only U~

이제서야 알게 된 너의 사랑

기억할게

간직할게

니가 내 곁에 있던 그 때를

I'm Still Missing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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