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많은 나이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 때만 하더라도 햄이라는 것을 도시락반찬으로 쉽게 싸올 수 있게 되었을 땐 고등학교 때쯤인가 그럴거다.

물론 우리집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햄이라는 것을 쉽게 먹지 못한 이유도 있지만.

어쩌다가 한 번.
어머니께서 큰맘이라도 먹는 날엔 노릇노릇한 계란옷을 입은 분홍 소시지가 도시락 반찬으로 들어있었다.
어찌나 맛있는지 아끼고 아껴 맨밥을 먹고 포크로 아껴둔 소시지를 콕콕 찍어 먹곤 했는데 가끔은 몇몇 친구들이 가져오는 햄을 나도 싸달라고 떼를 쓰곤 했다.
근데 오히려 요즘은 햄이 분홍소시지보다 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되어버리고 분홍소시지는 가끔 별미로 부쳐먹는 시대가 되었다.

어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대전시티즌과 아르헨티나의 프로팀인 아르헨티노스 주니어스의 친선경기가 있었다.
결과는 2대1로 대전이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그저 그런 연습경기 수준밖에는 되지 않아 별 재미를 느낄 순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한 경기에서 하프타임 때 초대가수의 공연이 있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걸그룹이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햄입니다"

응?
햄?
처음 듣는 애들이다..
이제 막 데뷔를 했나..?

근데 요즘 걸그룹과는 다르게 노래를 꽤나 잘한다.
오오..
전광판에 보이는 얼굴들을 보니 특별한 특징이나 개성은 없지만 귀엽귀엽한 것이 보기 흉하지는 않았다.
이정도 비쥬얼에 이정도 실력이면 왠만한 걸그룹보단 낫다는 생각이었는데 알고보니 이미 데뷔곡으로 활동 열심히 했던 그룹이었다.
근데 왜 내가 몰랐을까?
호오..
앞으로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을 갈고닦는다면 앞으로 많은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시크릿도 데뷔때는 듣보잡이었잖아..ㅋ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