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계급장을 달고 전역을 몇달 앞둔 1999년.
훈련을 마친 후 중대장님께서 주신 포상외박증으로 외박을 나갔을 때의 일이다.
토요일 오후 홍천시내로 기어나가 낮 2시부터 신나게 퍼마시고 여관 잡아 쓰러져 자고 다음날 일어나 해장술 한다고 또 퍼마시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저녁쯤 부대로 복귀할 때 남은 시간을 적당히 떼우려 함께 외박 나갔던 동기녀석과 다방에 들렀었다.
아마 젓가락사단 9연대 근무하셨던 분이라면 강원도 홍천군 남면 양덕원리에 있는 흰구름 다방을 잘 아실거라 생각한다.
그 흰구름다방에 잠시 들렀던 나와 내 동기는 적당한 테이블에 앉아 적당히 널부러져 코피를 홀짝거리고 있었다.
그 때 발랄한 목소리의 아가씨가 배달 나갔다 들어왔고 우리를 보자마자 낼름 테이블에 앉더니 자기도 차 한잔 마셔도 되냐구 싱글벙글 거렸다.
그렇게 우리와 함께 동석해 코피 한잔 더 팔아버린 아가씨는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고 난 그 아가씨의 말빨에 낚여버렸다.
"오빠 몇살?"
"나 23 (당시 꽃띠 23살이었다)"
"근데.. 오빠는 훈련도 안받아? 날라리 군인인가?"
"(최대한 퉁명스럽게) 왜..?"
"아니.. 피부가 왜이렇게 좋아..?"
"..???"
"내 피부보다 더 좋은 것 같아.."
그러면서 내 얼굴을 막 쓰담쓰담 부비부비 하는데...
난 또 그새 그걸 즐기고...;;;
ㅋㅋ
"어머나!!"
"왜?"
"오빠 입술은 왜 또 그렇게 이뻐??"
"..???"
"뽀뽀해주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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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국 말 뿐이었다..ㅋㅋㅋㅋ
그 이후로 난..
내 피부가 되게 좋은 줄 알고 있고..
내 입술이 되게 이쁜 줄 알고 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고..
다음에 또 오라는
그 아가씨의 영업수완에..
난 아직도 허우적거리고 있고..
그 흰구름 다방..
아직도 있나 모르겠네..